산행이야기

제비봉

소백산이 2003. 7. 26. 22:30

간곳 : 단양의 제비봉
일시 : 7월 26일 토요일
참가산새 : 마음님, 푸석돌님, 소백산 달랑셋

술을 마실 때는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하는디 그만 술 몇잔에 내가 다한다고 큰 소리 친 것을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리요.
산에 다녀왔으니 산행기를 써야 한다는데 책임을 질 수 밖에....
그런데 구름재님처럼 산행기를 쓸려면 볼펜이라도 한자루 들고 출발해야 시간이라도 적지...
옛날 같으면 머리속에 컴퓨터 저리가라고 기억이 되겠지만 이제는 그것도 흘러간 노래가사처럼 되어 버렸고. 어쨋던 시작을 해볼랍니다. 시간은 어림잡아서...

9시출발시간에 늦지 않게 조금 일찍 도착하였더니만, 곧이어 캪틴이 도착하시고, 마음님이 흰색 애마를 타고 시민운동장 앞에 도착하셨다.
이제는 코리안타임이란 참 좋지 않은 별칭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어제 저녁에 산새소리방에 들어가 보았으니 더 올 사람은 없을 것 같고하여
9시 4분전에 소나타는 차에 산새 셋을 태우고 장수 IC로 출발하였다.

차가 속력을 내려고 하는 순간 벌써 죽령터널을 지나 중앙고속도로 단양IC가 나타났다.
고속도로를 내려 구단양을 지나 장회나루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을 약간 지나 있었다.
커피한잔을 기사만 마시고 산행준비를 하였다.

옆에 주차한 등산객이 초행인지 제비봉 등산 입구를 물어와서 안내를 하고 우리도 출발하였다.
10시에 장회나루 집결이라고 안내를 하였지만 올 사람은 없겠기에 달랑 셋이서 9시 40분에 매표소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곧바로 계단을 오르는데 마음님이 어제 저녁 늦게까지 카를 하신 걸 후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른 시간이 었지만 예상외로 등산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마루에 올라서면서 혹시나 연락이 올까 기다려보았지만 휴대폰은 조용하고,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남한강을 바라보니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많은 비로 인하여 강물은 황토빛으로 물들었고, 온갖 쓰레기들의 전시장을 보는 것 같아 자연보호의 아쉬움이 저절로...

이제 가파른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야한다.
멀리 보이는 철계단을 보니 언제 저기까지 올라갈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마음님, 푸석돌님 잘도 올라가신다. 마음님은 절벽 가까이만 가면 발이 간질거리신단다.
너무 겁이나서...그래도 경치를 보고는 감탄사 연발....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고 철계단을 오르니 보이는 건 제비봉 1.3Km 이제 겨우 1Km를 올라왔다.

캡틴의 산행을 하게된 동기가 줄줄 이어나온다.
이러다 언제나 올라갈꼬, 좋은 경치 찍사는 내려올 때 하기로 하고 열심히 걷기로 하는 수 밖에...

양쪽으로 보이는 바위 능선은 정말 장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주에서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할 수 밖에...
기암괴석 사이에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소나무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은 가여워보이기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가파른 바위 능선을 조금 더 오르면 이제 숲길이다.
얼마전 많이 내린 비로 등산로 이곳 저곳이 매우 미끄럽고 떠내려온 토사들이 쌓인 곳도 있었다.

오르기만 하던 길이 울퉁불퉁 생긴 암석과 나무로 섞이면서 내려가는 길이 생겼다.

마음님이 즉석에서 내리막길의 이름을 지으셨다.
이상한 내리막... 이 내리막 언덕에서 마음님은 힘드셨을까?

소나무 숲을 지나 다시 참나무숲을 오른다.

이제 정상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등산로 여기저기에 무슨 잡목의 열매같은 것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저건 무슨 열매일까?
무식의 소치가 마음님의 한 마디에 바로 들어난다. 다람쥐가 잣 열매을 따서 먹고 남은 솔방울 부스러기란다. 아이고 이 눈살미야...
부석사의 다람쥐는 꾀가 많아서 나무에 한 번 올라가면 하나만 따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올라간 김에 여러 개를 모두 따서 떨어뜨리고 온다는 마음님의 말씀.
푸석돌 캡틴은 날씨도 좋은데 소낙비 맞은 모습이다. 그래도 잘 걸으신다. 그 모습을 보니 앞으로 산행을 같이 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그 또한 기쁨이다.

해발 710m 제비봉 정상에 올랐다.

11시 40분. 동남쪽으로는 죽령을 사이에 두고 도솔봉과 소백산 연화봉이 정상에는 구름을 두리우고 우뚝서있다. 서쪽으로는 월악산이 봉우리는 수줍어 감춰놓고 자태를 들어내고, 북쪽으로는 금수산이 우뚝선 모습이 확연히 눈에 보인다.
장회나루에는 물이야 황토빛이건만 유람선이 많이 오가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멀리 청풍가는 쪽 호수의 물은 푸른색 그대로를 띄고 있어서 보기가 좋았다.

전망을 구경한 후 찍사로... 달랑 셋이 올라 갔으니 캡틴은 사진사, 나머지 둘은 모델이 될 수 밖에...
참 오래 등산을 다니다보니 모델로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어보긴 첨인 것 같다.

공작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많은 잠자리들이 축하비행을 했었는데, 제비봉 정상에는 호랑나비와 제비나비, 그리고 잠자리들이 축하비행을 해 주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정상 바로 밑에 돋자리를 펴고 밥상을 차렸다.
땀을 흘리고 먹는 식사는 정말 꿀맛,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알코올이 없다.
대장은 혀 때문에, 난 차 때문에, 아이고 마음님만 굶게 생겼네...
맥주 한캔 정도면 좋은데...라는 마음님 말씀에 덩달아 알코올 한 잔 생각이 저절로...

12시 40분 이제 하산이다. 산 정상에서 한 시간 지내보기도 드문일인 것 같다.
내려가면서 모델을 또 해야 하는데, 대장은 모델료나 제대로 줄런지 모르겠다.
내려가는 길은 미끄러워서 주의를 해야한다. 마음님, 뒤 따르는 캡틴에게 '대장님 조심하세요.' 란 말씀을 아마 50번은(?) 한 것 같은데... 너무 과했나?

오를 때는 힘이 들어서 제비봉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마음놓고 볼 수가 없었는데, 내려오는 길은 그저 즐기면서 내려올 뿐이다.
올라갈 때 이름 붙여준 이상한 내리막이 갑자기 이상한 오르막으로 바뀌어 버렸다.
제비봉을 오르면서 가장 등산로가 어설프고 싫증난 곳이리라.
철계단에서 바라보는 구담봉이며 금수산은 볼수록 눈에 담고 싶었다.

월악산도 우리가 내려가는 아쉬움을 아는지 정상까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대장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파노라마처럼 찍사하는라 바쁘시다.

우리 다시 한 번 올라가요라고 말씀하시는 마음님, 대단하시다.
카를 2시까지 하셨다나. 이것까지 공개하면 너무 심한가? 그렇다면 다음에 대장께 고쳐달라고 하셔요. 소나무와 바위가 한데 어우려진 멋진 모습이 눈이 띄인다.

마음님이 바위와 소나무의 사랑을 카페에 올려주신다고 하셨다.

난 그저 앞에서 걸을 뿐이다. 소백산님 천천히 가요하시는 마음님의 목소리, 공작산 산행에서 50대길과 30대 길이 있었는데 오늘 제비봉에서는 난 모두 30대길을 택했다.
산행에 있어 전날 카는 30대가 50대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오늘 알게되었다.
우리가 하산중이라는 것을 아는지 휴대폰이 교대로 울린다. 이제는 빨리 영주로 가야할까 보다.

2시 10분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도로가의 조그만 하수구처럼 생긴 곳에서 흐르는 시원한 물에 얼굴을 씻었다.
등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그러나 어쩔꼬...

시원한 것 한 잔 하자는 제안을 하여도 그냥 가자신다.
이제는 눈에 담은 제비봉의 경관을 생각하며 출발이다.

단양 인터체인지 부근에 오니 옛날 죽령길로 가보자는 모두의 생각이 통일되어 구비구비 죽령을 돌아 올라간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나서는 다녀보지 않은 길이지만 오르막 차선도 생기고 새로 만들어진 길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 좋던 시절의 죽령재의 영화는 간 곳이 없어져 버린 것 같다.
특산물을 파는 곳에만 몇사람이 북쩍, 죽령 주막쪽에 몇사람, 그러나 차들은 예상외로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 죽령 옛길을 등산하는 등산객이 많으나보다.

쉬지도 않고 죽령을 넘어 영주로 향한다.
마음님 벌써 꿈나라로...
아마 제비봉에서의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꼭 담고 싶다더니 꿈속에서 다시 등산을 하시는가보다.

출발지인 시민운동장앞에 도착하니 3시 30분. 이렇게 일찍 산행이 끝나기도 오랜만인 것 같고...
참가 인원은 적었지만 참 뜻있는 산행이었다.

우리 캡틴의 노력으로 모두가 즐거울 수 있어서 고맙고, 마음님은 이제 운동만 아닌 자연의 멋에도 취하시게 될 것이고, 저 또한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 넘쳐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