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과 한신계곡
▶언제 : 2003. 8. 23
▶누구 : 우두바아(백근수), 구름재(김동택), 마라톤맨(김천한), 소백산(조대원) 合 4명
▶산행시간: 정확히 9시간 35분
▶산행경로 : 백무동-(5.8Km)-장터목대피소-(1.7Km)-천왕봉-(1.7Km)-장터목대피소-(3.4Km)-세석평원(세석대피소)-(6.5Km한신계곡)-백무동
▶산행거리 : 총 19.1km
20, 21일 지리산 종주계획이 대피소의 숙박시설 예약이 늦어 취소되고,
또한 당일 산행도 비가 말려서 이번 여름에는 틀렸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름재님과 우두바아님의 제안으로 번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남부지방은 늦게부터 온다기에 계획대로 밀어부치기로 하였다. 출발은 새벽 4시, 백무동에서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을 오른 후 역코스로 오는 계획을 하고 출발하기로 하였다.
새벽4시 하늘에는 스무엿새날의 눈썹달이 구름속에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었다.
구름재님의 애마 무식이가 조금 후에 손님 세분을 태우고 도착하였다.
시간에는 칼이라는 분들이라 나도 5분전에 나가 기다렸지만...
정확히 4시 5분 출발이다. 20분에 영주IC를 지나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차는 신나게 달린다.
가끔씩 밤안개가 앞을 가려 운전에 방해를 한다.
88고속도로 논공 휴게소에 도착하니 초라하기 그지없는 휴게소, 문도 닫혀있고 달랑 자판기만,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우고 계속 달린다.
6시 18분쯤 합천터널을 지나는데 뒤로 일출이...
함양IC를 빠져나와 지리산 입구. 오늘의 목적지인 백무동을 향해 달린다.
7시 5분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서 순두부 백반으로 아침을 떼우고 출발이다.
여기는 전북, 경남의 도경계지역이다. 남쪽으로 조금 달리니 경남 땅이고 곧이어 백무동 매표소이다.
그런데 매표소도 주차장에도 아무도 없어 무식이는 동네까지 올라간다.
장터목과 세석의 갈림길 모퉁이에 무식이를 세워두고 산행준비...
난 어젯밤에 3시간도 못잤는데 괜찮을까 걱정도 되면서...
8시 5분 백무동을 출발하여 장터목 대피소로 향한다.
장터목까지 5.8Km, 앞장은 마라톤맨이 서고...
그런데 선두를 잘 못 세웠나 보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숨이 벌써 헉헉 거린다. 등산로 또한 올해의 많은 비로 인해 흙은 곳곳이 씻겨 내려가고 돌길이다.
원래가 거의 돌길인 지리산인데...
한 20년쯤 전일까 겨울 천왕봉 등산을 왔었는데, 하도 까마득하여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천왕봉 정상에서 추위 생각만, 가파른 돌길을 한 참 오르다 보니 하동바위(백무동에서 1.8Km)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걸린시간은 40분, 꽤 가파르고 험한 길인 셈인데 등산 속도가 무척 빠르다.
오늘 맴버는 강팀으로 짜여진 것 같은데 나만 처지는 꼴은 안볼지 모르겠다.
9시 12분 참샘에 도착하였다. 물병을 다시 채우고, 여기가 벌써 해발 1,125m이다.
지리산을 오르는데 특징은 각 장소마다 해발표시가 되어있어 얼마쯤 높이에 올랐는가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아직 장터목까지 3.2km가 남았다. 길이 험한 곳은 돌이나 나무로 계단을 만들고 양옆으로 목책을 세워 길을 보호하고 있었다. 9시 40분 소지봉(해발1,312m)에 도착하였다.
벌써 장터목까지 반 이상을 올라왔다. 여기서부터 모처럼의 흙길이다.
경사도 거의 없고 모처럼 편하게 걷는 등산로이다. 10시 17분 망바위에 올랐다.
말 그대로 전망이 좋은 바위 언덕이다. 저 멀리 장터목 대피소와 제석봉쪽의 고사목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걸어온 아래쪽은 진한 녹색의 바다만 보일 뿐이고,
11시 정각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등산객들로 장터처럼 붐빈다.
취사준비를 하는 사람, 식사하는 사람, 설거지를 하는 사람 등 등.
장터목대피소의 규모는 생각보다 매우 큰 것 같았다.
옛날에는 조그마한 것 같았는데, 세월이 지났으니 세로 개축하였으리라.
복숭아를 안주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대피소의 내부도 둘러보았다.
안내판에 적힌 시간을 보니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의 시간을 4시간으로 잡고 있었다.
정확히 우리는 2시간 55분에 돌파를 해버렸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를 듣고 주위사람들이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조금 어깨가 으쓱해지고...
다시 제석봉을 향해 오른다.
양쪽으로 펼쳐진 고사목과 야생화가 20분정도 계속되는 장관이다.
저 고사목이 어떻게 저렇게 장관을 이루고 있을까? 우리 나름대로 멋있는 추측을 하는데, 그게 아니다. 도벌꾼들이 도벌한 흔적을 없애기 위하여 불을 지른 것이 제석봉의 모든 나무까지 불태워 버렸단다.
" 30년전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둠을 간직하였던 이 곳,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던 이 곳이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 탐욕에 눈먼 인간들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자연 파괴 행위가 이처럼 현재까지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다니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는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야광나무, 마가목, 사스레나무, 귀룽나무 등이고, 야생화는 대부분이 산오이풀 꽃이다. 온 산이 산오이풀로 덮혀있다.
동자꽃, 구절초, 꼬리풀, 수리취 등도 많이 보이긴 한다. 남색빛의 꽃도 많이 보이는데 이름을 알 수 없다. 차돌님이 오셨으면 몽땅 배우고 갈 수 있을텐데...
고사목과 야생화 지대를 지나 제석봉(해발 1,808m)에 오르니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남한의 靈山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많은 등산객과 마주친다. 11시 55분 통천문(해발1,811m)을 지난다.
이제 천왕봉은 500m가 남았다. 오가는 등산객들로 산행이 지체된다.
천왕봉 바로 아래에서 자전거를 끌고 내려오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저쪽 중산리쪽 법계사에서 올라왔는데 장터목을 향해 가는 길이란다. 그냥 가기도 힘들어 철계단이나 밧줄을 잡아야 하는데 참 젊음이 좋은 것 같다.
12시 10분 마지막 가파른 계단과 바위언덕을 올라 천왕봉에 올랐다. 1,915m의 천왕봉(天王峰).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고 적혀 있었다.
동쪽으로 구름이 떠다니고, 많은 등산객들 중 어린 초, 중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보기에 참 좋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강해지길 바라는 맘에서일까?
멀리 중산리 쪽으로 구름이 떠오르고,
서쪽으로 반야봉과 노고단, 바래봉이 구름에 가렸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소백산에서 본 구름처럼 여기서도 구름이 산등성이를 넘지 못하고 위로 솟구친다.
구름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할까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북서쪽으로 산사태가 무척 많이 일어나서 보기에도 흉할 정도로 스키장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많았다.
삼림이 이렇게 우거진 곳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날까?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올라갈 때는 내려오는 사람이 참 부러웠는데 이제 내려오다 보니 올라오는 사람에게 여유가 생긴다. "소백산에도 오세요." 라고 몇 번이나 광고아닌 광고를 하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소백산이고 소백산을 사랑하는 산새소리 회원이니까 당연한 것이리라.
천왕봉과 제석봉 사이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이 너무 거창하여 간단히 싸오기로 하였건만 어부인들의 남편사랑(?) 덕분에 또 진수정찬의 오찬을 즐긴다. 1시 15분 다시 걷는다. 거추장스러운 긴바지를 반바지로 바꿔입고 선두에 서서 걷는다.
올라 올 때 장터목에서 세석평원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가 하산할 때 시간과 나의 컨디션을 보고 결정하자고 하였기 때문에 내 컨디션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터목대피소에는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여기서 바로 백무동으로 내려가면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릴꺼고, 세석대피소를 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가면 4시간쯤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가 좋아하는 세석평원을 지나 한신계곡쪽을 택하자고 이야기를 하니 모두가 입이 함지박만 해진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내가 찬성만 하면 무조건 그 코스를 택하기로 하였다나...
1시35분 장터목대피소를 출발하여 세석 평원으로 향한다.
안내판의 예상시간은 5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는 4시간이면 가능하다는 모두의 자신감으로 출발 하였다. 여기서도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많은데 서로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가는 세석평원까지의 능선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걸어가기에는 멀고도 험한 길이겠지만,
내가 앞장을 선다. 내가 쉬는 시간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이쪽으로 야생화는 거의가 산오이풀꽃이다.
우리 소백산 산새소리에서도 내년쯤이나 야생화 이름달아주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산새소리 식구들의 의견도 듣고 소백산 국립공원측과도 이야기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연하봉(1,730m)에서 휴식이다. 겨우 800m를 걸었다.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된다.
소백산 연화봉과 사촌지간이라는 우두바아님 말씀, 멀리 촛대바위가 보인다.
저기 까지가 오늘의 가장 힘든 산행지점이 될 것 같다. 촛대바위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는 저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중간 중간 전망을 즐기면서 계속 걷는다.
고사목인줄 알았던 주목 한그루가 한쪽 껍질만 겨우 유지하면서 가지를 뻗고 있
식물도 생명이 참 질기다. 온통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짓밟혀도 꿋꿋이 살아남고, 바위틈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해가고 있으니, 세석 쪽에서 오는 등산객도 많이 만난다.
오늘 만난 등산객이 줄잡아도 300은 넘을 것 같다. 모두가 내려가면 4000원짜리를 하자고 희망한다.
잘 된런지는 모르겠지만,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마지막 피치를 가하여 촛대봉을 향해 오르막을 오른다. 구름재님이 피곤하면 운전에 문제가 있는데. "어때요."하고 물으니 "조금요."라고 대답하신다.
하기야 천하의 구름재님 운전할 때 약간 졸면 끝인데...
2시 52분 촛대봉(1,703m)에 오랐다. 바위산이면서 오르기도 쉽고 전망도 좋다.
멀리 천왕봉이 구름에 가려지려 하고 노고단, 반야봉을 벌써 구름에 가렸다.
발아래 세석평원과 세석 대피소가 보인다. 넓게 펼쳐진 세석 평원은 비로봉 주변의 평원을 보는 느낌이다. 여기는 산오이풀꽃과 구절초가 거의 모두를 차지하고 있다.
우두바아님의 甘酒로 목을 축이고 세석평원을 내려간다.
세석평원은 지각의 변동에서부터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안내를 많이 하고 있었다.
아늑한 느낌을 주면서 여러가지 식물들이 어울려 참 보기 좋았다. 특히 철쭉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봄에 철쭉이 필 무렵의 경치는 절경이리라.
3시 12분 시간이 없어 세석 대피소는 그냥 통과하고 한신계곡을 내려간다.
백무동까지 6.5Km이다. 입구부터 길이 너무 험하다. 물도 흐르지 않는 계곡과 돌 사이를 내려가는데 싫증인 난다. 다음 산행하시는 분들께서는 이코스는 선택하지 말 것을 모두가 권하고 싶단다.
그러나 잠시 후에 나타날 또 다른 세상을 모르고 한 우리의 이야기일 줄이야...
길도 아닌 길을 이리저리 헤매면서 내려오는데 시간이 우리가 생각한 몇배가 걸릴지 예상도 못하겠다. 한 삼십분쯤 내려왔을까?
왼쪽으로 넓다란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약간의 기대감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렇게 험한 길인데도 등산객은 계속 만난다.
천왕봉에서 우리 사진을 찍어 주었던 분을 만나게 되었다. 서울서 온 팀 중에서 자기 혼자만 한신계곡이 좋다고 둘러서 백무동에 내려가 일행과 합류한단다.
일행이 백무동에서 우리와 같은 코스로 새벽 5시에 출발 하였단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 팀들보다 세 시간이나 빨리 다니고 있단 말인가?
한신폭포(905m)에 다다랐다. 지금까지 생각하였던 한신계곡이 한 순간에 달라지는 순간이다.
폭포와 소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시간만 있으면 저기가서 풍덩해 보고 싶은데...
5층폭포는 5섯개의 폭포가 연이어져서 있었다. 구름재님 험한 길을 내려가서 찍사...
폭포와 소가 얼마나 계속되는지 셀 수도 없다. 구름다리와 출렁다리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개울을 이리로 건넜다, 저리로 건너고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가내소를 만났다.
지금까지의 沼중에서 압권이다. 양쪽에서 흘러오는 개울이 합수되는 곳인데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하여 겁이 날 정도였다. 푸른 소에서 용이라도 승천할 태세였다.
그러나 아직 백무동은 2.7Km나 남았다. 앞장서서 계속 걷는다.
물소리를 벗삼아 내려오는 한신계곡의 등산로는 정말 권하고 싶은 코스였다.
저멀리 구름재님의 무식이가 보인다. 5시 40분 이제 대장정의 막이 내리는 순간이다.
휴대폰이 울린다. 아사님. 산행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가 보다.
구름재님왈 산새 식구들이 지리산 산행기념 환영회 준비를 하신단다. 아이고 고맙고 미안하고...
백무동을 떠나면서 오늘 가장 수고한 무식이를 배경으로 기념 찍사를 하고 출발이다.
지리산 특산酒를 산새 식구들과 마시려고 준비하고 지리산 IC를 지나 집으로 향한다.
차속의 화제는 마라톤 맨의 마라톤 이야기. 완주가 5번, 최고 기록이 3시간 40분, 하루에 10KM를 달리고, 테니스에 배드민턴...대단한 양반이시다. 10시 몇 분전, 차는 정확하게 들꽃처럼 앞에 대령한다.
산새소리 식구들이 마중나와 주셔서 참 고맙다. 피로가 확 가신다. 멋진 산행이었다.
계획에 없던 촛대봉, 세석평원, 한신계곡까지 둘러보고도 제시간에 영주에 올 수 있었다.
운전에 수고하신 구름재님, 자료 준비에 힘쓴 우두바아님, 지리산 정복을 축하드리면서...
부족한 산행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후기는 지저귐에서...
백무동 주차장에서 애마 무식이와 함께